
차가운 눈밭에서 말라뮤트 한 마리가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습니다. 1M 남짓 쇠줄에 묶여 있는데 들이치는 눈을 막아줄 제대로 된 가림막도 없는 상태입니다.
이 녀석은 지난 2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양평의 한 시골 폐가에 버려져 있었던것인데요. 그 긴 시간 동안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을텐데 혼자 어떻게 견딜 수 있었던 걸까요

말라뮤트가 한적한 시골 폐가에 버려진 건 2년 전이었습니다. 요녀석에게도 한때는 따뜻한 집과 가족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전주인이 파산하면서 집을 잃게 됐고 결국 말라뮤트는 이렇게 폐가에 묶인 채 버려진 신세가 됐습니다.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된 건 매일같이 이 근방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던 집배원이었습니다.
상황이 악화된 전주인이 집을 떠나면서 우체부에게 “돈을 보내줄 테니 물과 사료만 챙겨달라”고 한것인데요.
그렇게 우체부 아저씨와 말라뮤트와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얼마 간 집주인은 약속대로 사료비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얼마 뒤엔 끊겼고 나중엔 아예 연락마저 끊어졌다고 하는데요.
이제 남은 건 1m 남짓의 쇠줄에 묶인 녀석 혼자였습니다. 사실 우체부 아저씨는 배달도 없는 폐가에 더 이상 올 일이 없었는데 불구하고 계속 폐가를 드나들었습니다.

자신마저 외면하면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밥이라도 줘야겠다’ 생각해 계속 가져다 줬던것인데요.
다행이도 매일 녀석이 있는 근처를 지나다니기에 오랜시간이 걸리는것도 아니라서 밥을 주고 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2년간의 보살핌이 시작됐습니다.
그는 우편물을 배달하다 녀석이 있는 곳을 지날 때면 빠르게 밥을 챙겨주고 혹시나 물이 모자라진 않을까 살폈습니다.

꾸준히 말라뮤트의 상태를 확인하고 식사를 챙겨준 집배원 덕분에 굶주리지 않고 끼니를 챙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구조 작업도 진행됐습니다.
구조팀이 녀석을 찾아간 그날도 아저씨는 짬을 내 말라뮤트를 보러 왔고 구조팀에 이렇게 말했는데요.
“바빠가지고.. 많이 바빠요, 지금. 그래서 얼른 밥만 주고 빨리 가려고. 안 그래도 오늘 밥이 없어가지고 어떡하나 했었는데(다행이네요)”
아저씨는 녀석 옆에 모여든 구조자들을 보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유, 그러면 감사하죠. 그렇게 도와주시면.. 안 그래도 계속 항상 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진짜..”
“여건만 되면 저도 (키우고싶지만) 상황이 이제.. 뭐 여건만 되면.. 내가 키우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니까 참 그렇더라고요”
구조 당일 녀석은 입질이나 으르렁 소리 한번 내지 않았는데요. 엉망으로 엉킨 털을 4시간 넘는 시간 동안 깔끔하게 밀어냈습니다.

애견 미용사는 “우체부 분이 정말 잘 먹여주셨는지 몸매도 굉장히 좋고 은근히 근육도 되게 다부지고”라고 말했는데요. 모두 아저씨가 녀석에게 2년간 쏟은 노력과 애정 덕분입니다.
오랜 시간 바깥에서 살아왔던 녀석은 심장사상충 2기에 감염된 상태입니다. 다행히 기적처럼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여 후원금이 금방 마련됐고, 지금은 임시보호처인 행동 전문가 집에서 치료약도 먹고 배변 교육도 받으면서 하루하루 새 삶에 적응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동안 고생하셨다”는 말을 건네자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밥 갖다 주는 거야 뭐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닌데 그런 거는 뭐 고생이라고 생각은 안 해요.”

아저씨는 아니라지만 온종일 시간에 쫓기면서 2년 동안 녀석을 챙기는 게 쉬었을 리가 없었을텐데요. 아저씨가 찾아올 때마다 폴짝폴짝 뛰는걸 보면 녀석도 그 고마움을 잘 알고 있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