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22일, 지인들과 식사를 하던 이진주씨는 갑작스럽게 쓰려져 응급실로 급히 이동했으나 뇌사상태에 빠지게 됐습니다.
꽃도 피워보지 못한 20대의 어린나이에 영면에 들어간 그녀는 인체조직 기증으로 100여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는데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0월 27일 ‘이진주씨(29세)가 지난 10월 15일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에서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그녀가 남긴 인체조직은 조직 손상으로 장애를 가진 100여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줄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강원도 강릉에서 1남1녀 중 장녀로 태어난 이진주씨, 어머니를 일찍 여읜 탓에 일하시느라 바쁘신 아버지를 대신해 동생을 보살피며 성장했고, 그녀를 기억하는 주변인들은 내성적이지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했는데요.

가족들은 그녀의 마지막이 누군가를 돕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 인체조직을 기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진주씨의 아버지는 사고 당일 저녁 8시쯤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다름아닌 진주씨의 친구였는데 ‘아버지 지금 진주가 쓰져서 큰일이 났다.’라는 말을 전했고, 이에 놀란 아버지는 한걸음에 병원 중환자실로 달려갔는데요.
‘먼저 발부터 만졌다’는 아버지는 ‘회복이 어려우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듣고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린뒤 뇌사판정을 받은 자신의 딸이 항상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 도움을 줬던 기억을 떠올리며 장기기증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딸을 생각하며 아버지는 “엄청 건강한 애였어요. 굉장히 내성적이지만 자기 친구들끼리는 활발하게 지냈다고 하더라고요. 아버지가 멀리 일하러 가면 조그만 애가 그래요. ‘아빠 옷 따습게 입고 다니라’고..”라며 힘겹게 말을 꺼냈습니다.
이어 “어쨋든 저희 딸 인체조직을 이식하고 나서 건강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냥 건강하게 살라고, 전에는 많이 아팠잖아요. 그런게 이제 완쾌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딸을 통해 희망을 선물 받은 사람들에게 전했습니다.
“우리 진주 눈을 누가 가져가서 이 세상을 밝게 볼 수 있으면, 그래도 진주가 보는 세상이 있으니까 제 생각에는 가슴속에 묻었지만 안 죽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어려운 이를 돕는 것을 좋아하고 따슷한 마음을 품고 살았던 이진주씨, 100여명의 환자들에게 새 삶과 희망을 안겨준 그녀를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