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에 큐브를 꽂은 채로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합니다. 이 환자는 현재 ‘뇌종양’ 수술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의사인 아슈칸 박사를 비롯한 신경외과 의료진은 ‘각성 수술’을 통해 환자의 이마부터 드리워진 비닐막 뒤에서 뇌 속 종양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디그마 터너는 2013년에 자신의 뇌 속에 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년 의료진은 종양이 커져가고 있다고 경고하며 터너에게 종양 제거 수술이 필요하다고 알렸습니다.
그러나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그녀에게는 수술 결정이 어려웠습니다.
뇌 종양을 제거하면 수술 후에 왼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어쩌면 바이올린 활을 쥐는 것이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는 순간, 의료진은 바이올린이 터너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했습니다.
결국 의사는 고민 끝에 독특한 접근 방식의 수술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수술 중에 환자를 깨워 바이올린 연주를 하도록 하는 각성 수술을 시도하기로 결정한것인대요.
각성 수술은 뇌의 중요한 부위를 수술할 때, 환자를 수술 중간에 깨워 환자의 행동과 말 등을 확인하면서 진행하는 수술 방법입니다.

의료진은 수술을 시작하기 전에 2시간 동안 터너의 뇌에서 바이올린과 연관된 활성화되는 영역을 정밀하게 찾아냈습니다.
그 후 환자를 깨워 바이올린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하여 해당 영역의 손상 여부를 확인하며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뇌에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 ‘통증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슈칸 박사는 “종양이 터너의 뇌의 매우 복잡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라며 “게다가 환자가 왼손잡이였기 때문에 뇌의 신경 경로가 훨씬 복잡하여 까다로운 상황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터너는 수술 도중에도 영화 ‘러브 스토리(1970)’의 주제곡과 이탈리아 국가를 거의 놓치지 않고 연주했다고 하는대요.
의료진은 건강한 뇌 조직과 종양을 신중하게 구별하여 제거하기 위해 뇌파 분석 장비를 사용했습니다.
결국, 뇌종양의 공격적인 활동이 의심되는 부위를 90% 이상 제거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이로써 터너씨는 왼손의 모든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환자가 수술 중에 의사에게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2016년에는 한 음악 교사가 뇌 종양 제거 수술 중에 색소폰을 연주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는 뇌의 다른 중요한 부분을 보존하기 위해 환자를 깨우는 각성 수술 방법을 사용한 것이였는대요. 또 다른 사례로는 한 회계사가 수술 중에 수학 문제를 푼 경험이 있다고 밝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