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계시는거겠죠?..” 아침마다 세차된 차, 문고리에 걸려있는 음식에 귀신 곡할 노릇이였고 얼마 후 알게된 사실에 그저 눈물만 흘렸습니다

사연의 주인공 A씨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이사온 건 12년 전인데요. 이사 기념으로 평소 떡 만드는 걸 좋아했던 그녀는 직접 시루떡과 콩가루떡을 만들어 주변 이웃들에게 선물했습니다.

하지만 유독 윗집에 살고계신 803호 할아버지가 “요새 이런 집 흔치 않은데”라며 무척 고마워하셨는데요. 이웃들에게 떡을 배달하고 돌아온 A씨는 현관문 손잡이에 걸려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보게됩니다.

그 안엔 ‘반가워요’라고 쓰인 쪽지와 작은 호박 두덩이 그리고 호박잎 들어 있었는데요. 순간 그녀는 ‘왠지 803호 할아버지인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뒤 우연히 동네를 산책하는 할아버지와 만난 그녀는 검은 비닐봉지에 대해 물어봤고 할아버지는 자신이 걸고간게 맞다고 하셨는데요.

당시 할아버지와 함께 있던 할머니는 뇌졸중을 겪으셔서 거동이 불편해 홀로 다니기 어려운 상태라고 하셨습니다. 이후 몇 차례 동네에서 마주친 그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 시간에 꾸준히 나온다는걸 알게됐는데요.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건강을 위해 산책을 시작했던것이였고 그날그날 날씨에 맞는 할머니의 옷차림은 모두 할아버지가 정성껏 챙겨주는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803호 할아버지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는데요. 그녀가 손수 음식을 만들때면 할아버지가 생각났고, 가져다 드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 현관에는 검은 봉지가 걸렸습니다.

할아버지는 김부각, 깻잎, 콩잎 등 다양한 음식들을 봉지에 넣어주셨는데 A씨는 ‘그러지 마시라’고 괜찮다며 수차례 말씀드렸지만 할아버지는 무엇으로든 꼭 답례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위층에서 ‘쿵’ 소리가 들리게 됩니다. 혼자 집에 있었던 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곧장 올라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다급하게 119에 신고했는데요.

도착한 구급대원과 함께 들어간 집에는 할머니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잠시 외출했던 할아버지는 뒤늦게 병원으로 달려왔습니다.

의사는 ‘조금만 늦었으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고, 할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A씨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그녀의 차는 이상하게도 아침만 되면 깨끗해져 있었는데요. 알고보니 할아버지가 매일 새벽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 몰래 세차를 하고 있었던것이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깜짝 놀라 펄펄 뛰며 말려보기도 했고, 그녀의 남편이 눈에 띄지않는 구석에 꽁꽁 차를 숨겨놓아도 할아버지는 어떻게든 찾아내 세차를 했는데요.

주말마다 세차하는게 취미라고 할아버지께서 다하시면 주말에 너무 심심하다고 한참이나 떼를 쓴 뒤에야 할아버지는 결국 세차를 멈췄습니다.

대신 그녀에 집 문고리엔 검은 봉지가 더 자주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얼마 후 너무나 안타깝게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됐고 홀로 남은 할아버지는 자식들의 집으로 옮겨가게 됐는데요.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던 그녀는 할아버지와 헤어질 생각에 아쉬워하고 있을 무렵, 초인종이 울립니다. 할아버지가 찾아온것인데요.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조용히 옥가락지 하나와 은가락지 하나를 내밀며 “내가 아들만 둘인데 막내딸 생긴 기분이어서 좋았어. 집 정리를 하느라 붙박이장을 치우는데 서랍 틈에 딱 이거 두 개가 남아 있더라고. 할망구가 막내딸 생겼으니 주라고 남겨둔 것 같아서 들고 내려왔어”라며 그녀에게 건넸습니다.

절대 안된다며 못받는다고 말하면서 한사코 가락지를 거부하던 그녀에게 할아버니는 “이러다 나 기운 빠져서 쓰러지면 책임질 거냐”라고 강경하게 말하는데요. 이런 할아버지의 고집에 결국 그녀는 백기를 들었습니다.

이후 할아버지가 떠난 집엔 신혼부부가 이사를 오고 제법 긴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문득문득 할아버지가 떠오른다고 하는데요.

2020년 6월, 이날도 할아버지가 떠올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위와같은 사연을 적으며 ‘엘리베이터에서 이웃과 인사할 때면 할아버지가 생각난다’며 안부를 궁금해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만 타면 누구에게든 고개 숙여 먼저 인사하시고 ‘별일 없냐?’고 물어봐 주시던 할아버지 덕분인데요. 할아버지 때문에 그녀가 살고 있는 동 사람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꼭 인사를 나눈다고 합니다.

“803호 할아버지, 잘 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