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연락해도될까요?..” 술버릇이 안좋았던 망나니 같은 나, 아내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이혼을 했고 매년 하루 딸을 보는 시간을 기다려 왔는데..

저는 아내와
이혼하기로 했습니다..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버릇이 있어 딸이 위험에 처할까

우려했던 아내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죠.

지금은 모임에 나가도
술 한잔도 마시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시 돌아와 달라고
할 생각은 아닙니다.

말할 처지가
아닌 것도 알고 있죠..

그저 아내와 딸이
행복하길 바랄 뿐입니다.

저는 아내와 이혼할 때 
두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딸의 생일만큼은
만나러 와도 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아빠라는 사실을
딸에게 밝히지 말 것

힘들었지만
딸에게 있어서는
최선의 선택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그저 함께 생일을
축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죠.

딸의 생일에는
평소에 입지 않는 정장을
차려 입고 만나러 갑니다.

아내는 저를
‘먼 친척 아저씨’라고 소개했죠.

딸은 그런 저를
아저씨라 부릅니다.

딸은 낯가림이 심했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어나갔죠.

어느덧 셋이서 근처 공원에
놀러 가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주변에서 보면
사이좋은 가족으로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시간..

이것이 평범한 일상이라면
얼마나 멋진 일인까
생각해봅니다..

일 년에 한번 있는
이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술을 멀리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와 같이 정장을 입고
선물을 들고
딸을 만나러 갔습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이제 오지 말아 달라는 아내..

아이가 상황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이유였죠.

알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일들이
시작되려는 것이겠죠.

딸도 머지않아
함께 생일을 축하해 줄
친구가 생길 테고

아내는 재혼을 생각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저 혼자 과거 안에
머물러 있는것이겠죠.

일 년에 한번 가족과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

언젠가 아내와 딸이
‘아빠’라고 불러줄 날이
올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믿고 있었던
제가 어리석었죠..

아무리 원해도
한번 망가져버린 것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현실이구나
하고 뼈저리게 느꼈죠.

“아저씨다! 오늘은 놀러 안가?”

“오늘은 아저씨 이만 가봐야 한단다”

“에이 아쉽다!”

이것이 아내와 딸에게 있어
가장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미안해 건강해야 해!”

저는 힘껏 손 흔들며
인사하는 딸의 모습을
뒤로한 채 떠났습니다.

그 이후 아내와 딸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년 딸의
생일만큼은 챙겨주고 싶어

보내는 사람을 적지 않고
선물을 보냈습니다.

그것도 중학생이 되는 해에는
그만두자고 정했죠.

딸이 보면 저는..
그저 아저씨일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계속 선물을
보내도 민폐겠지요..

딸에게는 앞으로의
미래가 있기에

딸의 행복을 바라며
마지막 선물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 뒤로 한달이 지난 어느날 
우편물이 도착했습니다.

보낸 사람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하늘색의 넥타이핀과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편지를 펼쳐보니
처음 보는 딸의
귀여운 글씨가 써져있었죠.

“항상 멋진 선물 고맙습니다. 저도 선물하려고 했는데 생일을 몰라서 오늘 보내기로 했습니다~ 마음에 드려나…?

-낯선 아이가-“

머리가 빙글빙글 돌며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흐르고
큰소리 내며 울었습니다..

그것은 옆에 있던
달력을 보고 나서였죠.
제 생일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