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양심없는걸까요..?” 우리만 남겨놓고 먼저 떠난 딸, 그 후에도 매주 주말마다 집에 오는 사위에게 모진말을 했고 잠시 후 들려온 말에 눈물만 훔쳤습니다

엄마들은 다 그렇겠지만 누구에게나 딸이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내 목숨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소중한 존재죠. 

저에게도 그런 딸이 하나 있습니다. 요즘 들어 키도 크고 체격도 좋고 성격이 활발했던 우리 딸이 눈에 보일 정도로 살이 빠지고 있었습니다.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이미 암세포가 위에는 물론 간까지 전이가 됐다고 합니다.

의사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전 이해할 수 없었고 멍하니 서있기만 했습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왜 하필 내 딸이 이런 몹쓸 병에 걸린 건지 믿을 수 없었죠..

”아니야! 뭔가 잘못된 거야 그럴 리가 없어”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아팠을까.. 뭐가 그리 좋은지 항상 넉살 좋게 웃기만 했던 딸이었는데 이런 딸이 오늘은 목놓아 울더군요.

결국 저는 이렇게 사랑하는 내 딸을 떠나보냈습니다. 딸을 보내고 정신을 놓고 살았습니다. 자식을 잃은 아픔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없어지지 않더군요.

딸이 세상 떠난지 3년이 지났는데  사위가 제 근처를 맴돌고 있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기에 가슴 아프지만 이제 그만 자신을 위해 새 삶을  찾아서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늘도 사위는 큰소리로 웃으며 들어옵니다.

“어머님! 사위 왔어요.”

장모님이 차려준 밥은 항상 너무 맛있다며 앞에서 하하 큰소리로 웃고 있습니다.

남편은 그런 사위가 좋다고 술로 대작합니다. 그 자리에  딸만 없지 함께 모이던 가족 모습 그대로입니다.

얼굴이 점점 말라가는 사위 얼굴을 보면서 고마우면서도  속이 타들어갑니다.

“자네 이제 죽은 사람은 잊고 다른 여자 만나서 새 출발해야지..?”

“엄마, 이제 아들 필요 없어요?”라며 넉살스럽게 사위는 말합니다.

우리 집에는 큰 딸 그리고 세상 떠난 작은 딸 이렇게 둘뿐인데 사위는 우리 집에서 아들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날은 사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 어머님 윤진이랑 키우던 강아지가 이번에 새끼를 낳았어요.”

”오늘 보러 오실래요?”

”현관 비밀번호 문자로 보내들릴 테니 먼저 들어가 계세요.”

저는 사위가오라는데 가야지 하면서 딸네 집으로 갔습니다. 딸이 있을 때와 변한 게 없는 집..

화장실에는 아직도 딸의  칫솔도 그대로 있고 옷방에는 딸이 입던 옷들도 금방이라도 입고 나갈수 있게 깨끗하게 세탁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화장대엔 딸이 쓰던 화장품이 정돈되어 있습니다. 평소 딸이 즐겨읽던 책이 침대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걸 보고 저는 가슴이 정말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습니다.

갑자기  참았던 눈물이 멈추질 않더군요. 저는 사위가 올 시간이 된 것같아 서둘러 얼굴을 정리하고 아무렇지 않은척 애써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사위가 퇴근하고 집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정말 사위를 붙들고 오열하며 원망을 쏟아 버렸습니다.

”이 사람아! 죽은 사람은 잊고 너도 살아야지.. 이제 그만 좀 해.. 이제!”

사위는 그런 저를 안아주면서 “어머니 진정하세요! 울지 마세요! 어머니..”라며 위로합니다.

딸 집에는 결혼 액자도 그 자리에  있었고 마치 딸이 살아 있는것처럼 모든 것이 그대로 그 자리에 놓여 있었습니다.

아직도 사위는 주말마다 집에 옵니다.

“어머님 사위 왔어요.”

저는 이제 사위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랍니다. 더 이상  죽은 딸을 붙들고 살지 않길 원합니다. 새로운 인생,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마음 아프지만 몇 주는 일부로 아주 냉정하게 차갑게 이제 제발 오지 말라고 귀찮다고.. 내가 늙어서  사위 밥차려줘야 하냐면서 화를 냈습니다.

능글맞게 대처하던 사위가 결국 주저앉아 오열하고 말더군요..

“어머님…안돼요…저 내치면 저 죽어요! 아무리 그 사람이 있던 그때처럼 집을 해놔도.. 너무 외롭고.. 힘들고.. 그 사람 없는것만 뼈저리게 느껴졌어요.”

사위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말합니다. 우리 집에 오면 아내한테 나던 냄새, 아내하고 같은 말투 쓰는 집안 사람들..

아내가 해주던 음식 맛하고 비슷한 내 음식.. 그게 그나마 버틸 수 있게 해준다고요..

이렇게 우리는 온 가족이 부둥켜안고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저는 딸이 죽은 날보다 더 울었던거 같습니다.

남들은 사위 앞길 막는 양심 없는 장모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들이라고 생각합니다..